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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5 [제작일지] 나눔 아저씨와 삼천만원 (5)
  2. 2010.12.21 느릿하지만 여전히, (2)
  3. 2010.11.15 이제 겨울, (2)
posted by 손유원 2011.01.25 19:26
아주 오랜만에 태감독님과 함께 어머니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저(촬영 깅)는 다른 작업 때문에 한 달 넘게 촬영을 못 갔거든요. 물론 그동안 태감독님께서 촬영하고 계셨고요. 오랜만에 가는 거라 살짝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창신동 골목을 지날 때, 햇볕에 눈 녹아내리는 소리도 듣기 좋았고요.


<이소선 어머니, 나눔 아저씨 (얼굴은 영화에서 확인;;), 연출 태감독님>

오늘은 나눔 아저씨(별명)께서 어머니 안마를 해드리러 오신다고 해서 촬영을 갔습니다. 원래 계획은 2시 정도에 나눔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들어오시는 것부터 찍는 것이었습니다. 나눔 아저씨의 얼굴을 아는 태감독님이 골목에서 나눔 아저씨가 나타나면 신호를 주고 제가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촬영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나타나신 나눔 아저씨. 결국 집에 올라가시는 것부터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나눔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뵜어요. 2-30년전에 어머니와 알게 되셨고, 그 후 시간이 나실 때마다 오셔서 어머니 안마를 해드린다고 합니다. [어머니] 예고편에서 휠체어에 앉아계신 어머니에게 피리를 불어주시는 바로 그 분 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주머니에서 오려진 신문 기사를 하나 꺼내 어머니에게 건네셨습니다. 기사 내용은 100세까지 산 의사가 말하는 건강 비법 그런 것이었어요. 요지는 "죽겠다, 죽겠다." 하지 말고 힘들어도 선의의 거짓말로라도 "살겠다, 살겠다."하면서 정신 건강을 먼저 챙기라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안마를 하셨습니다. 하도 두들겨 맞아서 안 아픈데가 없으시다는 어머니는 그 정성어린 안마에 너무 시원해하셨고요.


안마를 하는 동안 두 분의 대화는 노동자들 이야기부터 가수 이미자에 대한 유언비어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머니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농성중인 유가협에서 빨리 오라고 재촉하나보다며 문자를 확인 하시는 어머니. 그러다 문자를 보고 덮으시며 하시는 말씀.

"자꾸 삼천만원 준다고..."

저 갑자기 빵 터져버렸습니다. 삼천만원 대출 가능하다는 금융 광고 문자를 보고 아는 사람이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레 대꾸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뭐랄까....나눔 아저씨는 그게 스팸문자라고 설명하시는데 저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어머니와 나눔아저씨는 그동안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갑자기 "풉"고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셨고요. 카메라는 휘청휘청. 무례하게 보일까봐, 또 이 장면을 나중에 살리려면 웃으면 안 된다고 혀를 깨물고 참아보았지만, 계속해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ㅠ 이미 나눔 아저씨와 어머니의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는데 말이죠. 결국 카메라 위치를 바꾸면서 돌아서서 입술 앙 다물고 웃다가 겨우 다시 촬영. 어머니가 말씀을 재미나게 하셔서 이렇게 촬영하다가 웃음이 날 때가 많은데, 그 때마다 카메라 들고 바들바들 웃음 참아야해서 힘들어요. 

그럼, 다음에 또 촬영후기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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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太 - 2010.12.21 13:11


얼마전엔 이소선 어머니 생신이셨습니다. 83세가 되셨습니다. 제작팀에서 자그맣게 선물을 드렸었는데 어머니나 가족분들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요. 드리는 손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돈도 못 버는 것들이 뭐하러 이런걸 가져와~' 한마디 핀잔도 들어가며... 어머니와 가족분들, 그리고 전태일 재단의 식구와 유가협 어머니들은 또 한번의 어머니 생신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긴 시간을 함께해 오셨으니 굳이 호들갑 스럽게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저녁이 되자 하나둘씩 어머니를 찾아오며 한마디, 한마디 축하와 위로의 말들, 그리고 먹을것들과 자그마한 선물들을 나누며 어머니의 건강과 서로의 안부들을 걱정하는 즐거운 자리를 가지셨습니다. 장수갈비 사장님은 어머니를 위해 손수 떡케익을 만들어 같이 노래 부르기도 했구요. 그날이 마침 너무도 추운날이라 어머니의 건강도 안 좋으셔서 일찍 자리를 끝냈지만 어느때보다도 어머니의 반달눈 모양이 환하고 부드럽게 꺽인 날이었습니다.



<어머니 코에 흰 점은 케익입니다. 누군가의 기습에 깜짝 놀라셨지요>


저희는 지금 한참 구성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5T가 넘는 촬영본을 정리하고 애초에 생각했던 주제의식과 촬영된 결과물, 그리고 남아있는 촬영까지 예상하며 이야기 라인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예상은 올해가 가기전에 1차 가안정도가 나올듯 합니다. 이 작업을 위해 김나영 감독님이 같이해주시고 있어요. 단편영화 3편을 만드셨고 모두 반응이 좋아 여기저기서 상도 받으셨던 뛰어난 감독님이시죠. 이소선 어머니 다큐멘터리라 하니까 선듯 같이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박수와 응원을 부탁드려요. 올해가 갑니다. 시간이 흐르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지만, 이 정도의 부담은 당연하고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년을 기약하려 합니다. 때로는 느릿느릿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이 세상을 건너오셨던 어머니와 함께 하기에, 그 삶의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기에 내년이 기대됩니다. 날씨가 롤러코스터입니다. 건강들 조심합시다. (저는 12월 초부터 걸린 감기가 오래도 갑니다. 크힝~ ^^)




<드디어 촬영현장 컷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촬영만 하느라 제대로된 현장 사진 하나 못 찍었는데요.
지난 유가협 송년회때 한울삶에 계셨을때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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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太 - 2010.11.15 13:43
11월 13일이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어제 향린교회 예배까지 마치시고 비로소 편안한 시간을 맞이하셨습니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손님들과 안부전화, 그리고 오지말라고 해도 기어코 문 열고 들어오는 기자들까지. '아우 자꾸 옛날 생각나게 자꾸 물어보는데 죽겠어' 어머니의 입술이 벌겋게 부르트셨습니다. 원래 계획은 13일 전에 따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또 비슷한 질문은 한다는게 아닌거 같아 뒤로 미루었습니다. 어차피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세월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요.

13일에는 카메라 세대를 배치해서 촬영했습니다. 어머니를 둘러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고 어머니 인생의 반을 새롭게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머니를 팔로우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카메라 한대로 촬영할때 보다 화면들이 풍부하게 나오지 않더군요. 효율이라는 이름때문에 순간 순간 반짝이는 상황에 대한 판단을 어집럽힌 이유일거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보인다 해도 어찌 다른 카메라의 각도를 신경 쓰면서 지금 바로 눈 앞에 벌어지는 프레임에 긴장을 놓치는 이유도 있었던거 같구요. 반성 반성 중..

어찌되었든 40주년이라는 행사(?)는 지나갔고 어머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깊은 침잠의 시간을 가지실 겁니다. 형이 죽은 후 장남의 역할을 하며 정말 눈물 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전태삼 형님과 함께, 그리고 유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창신동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그래도 어머니를 기억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몇몇의 젊은이들과 함께... 놓치지 않겠습니다.

오랫동안 촬영해 본 결과 어머니가 사람들을 대할땐 일정정도의 패턴이 있더군요. 목사님이나 스님등 종교인을 만날때는 배꼽인사, 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난땐 따뜻하고 긴 포옹, 유가협 어머니들을 오랜만에 만날땐 포옹과 함께 부비부비, 장관이나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을 만날땐 나몰라라... 그리고 정친인들 만날땐 포옹 후 가만이 쳐다보다 한대 칩니다. 잘 하라는 뜻이겠지요. ^^




지난 10월 30일. 전태일 문화제때 어머니 등장 전에 상영되었던 영상입니다.
다같이 '어머니'라는 노래를 불러보게할 생각이었는데
저는 촬영중이어서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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