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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본격적인 촬영의 시작... 채찍을 들어주세요!



<어머니의 손거울입니다. 어디론간 행차할때마다 항상 보십니다.
그때마다 약간은 생뚱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아직은 그 표정의 결을 읽지 못하고 있네요. 
아~ 저 둔기같은 전화기는 바꾸셨습니다. ㅎ>


'본격적인'이라는 단서가 붙었듯이 사실은 그동안 많은 촬영이 있었습니다. 억겁년(?) 전부터 어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이리저리 떠들고 다녔기 때문에 빈손으로 있기도 뭐했고 또는 어머니한테 나의 얼굴을 알리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조금은 긴 시간동안 탄착점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지요. 하지만 7, 8월 한달 동안 잘 쉬었는지 요즘에는 '어머니'라는 다큐멘터리 안에 나올 몇 화면들이 벌써부터 제 머리에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음악까지 섞어가며... ㅎ... 이소선 어머니가 속삭이는 듯 해요. 그만 좀 쉬고 이제는 좀 움직이라고.... 

오늘은 '엄마, 안녕'이라는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의 백대현씨 촬영을 갑니다. 게다가 연출을 맡으신 대만의 왕모림 선생님이 한국에 들어오시는 날이기도 하구요. 백대현씨를(정확히는 백대현, 홍승이씨 부부) 만나러 갈때마다 이상한 기운을 받아서 옵니다. 아마도 별다른 주위의 도움없이 그저 자기의 일이 주는 행복에 겨워하며 조금씩 걸어가는 예술가의 기운일듯 합니다. 그리고 전태일 40주년이라는 숫자보다 그 삶을 살아온 이소선 어머니에게 더 눈길을 둔 또 하나의 동지를 만나러 간다는 오묘한 동지애도 작동한 듯 하구요. 게다가 무서운(?) 연출가 선생님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니 그 기운과 동지애에 긴장까지 더해져서 흥미진진한 촬영이 될 듯 합니다. 

8월 26일에는 전태일 동상이 있는 청계천의 다리와 거리를 '전태일의 거리'라고 명명하기 위한 시민운동진영의 행동이 시작됩니다. 동상은 세워놨지만 일주일에 한번하는 문화행동이나 일년에 한번 하는 추모행사 장소 외에는 사회적의미가 탈각된 거리였는데... 이참에 그 거리의 진짜 이름을 찾아 오겠다는 다짐인 것이지요. 이 자리에 아마도 소선 어머니도 참석하실거 같습니다. 큰 아들의 죽음 후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지켜보는 그녀의 사위를 조심스레 담기 시작하는 첫번째 촬영이지 싶습니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복잡복잡 합니다만 전체적인 촬영컨셉이나 놓치지 말아야 할 화면은 어떤것인지 즐겁게 준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의 촬영은 오케이컷만을 위한 것이 될 듯 합니다. 대중들이 '이소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고 싶어하는 '것'과 제가 보기에 좋은 '이야기' 사이의 갈등은 많이 좁혀진 듯 해요. 이런 생각으로 한컷 한컷 담아가려 합니다. 다짐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고민거리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요. 저도 수많은 노동자들처럼 불안정한 생활을 영위하여야 할 것이며, 규모의 논리와 표현의 진정성,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다큐멘터리의 본연의 문제의식에 큰 나무와 같은 인물을 다룬다는 관심이 역으로 가벼운 굴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만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제작과정의 매 과정을 매우! 성실이 이 곳에 남겨 놓겠다는 의지는 충만합니다. 그러니...

(저에겐 이소선 어머니를 다룬다는 거 자체가 당근이니... 그것은 됐고요)

채찍을 들어주세요. 제가 피부가 좀 약해서 피부가 잘 갈라지니 너무 쎄게 치지는 말구요.(흑~~ ^^)



조만간 소식 또 남기지요...



   by 라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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