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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제작일지] 벌써 촬영 막바지

추워서 주머니에 손 넣고 카메라 가방 들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입니다. 안녕하신 가요? 후원자님들과 종 종 이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분들께 소식을 전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제작 상황을 알려드리지 못했네요. (이상 식상한 핑계)


날이 따뜻해지고 무더운 여름이 오기 직전인 5월 8일 이소선 어머니는 2년동안 머무셨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거리는 전태일 기념사업회에서 가까운 곳이고요. 1층 방이 없어서 이번에도 2층입니다. 조금 넓어졌고 환해진 집이에요. 이사하는 날, 골목이 너무 좁아 이사짐센터 아저씨는 못하겠다고 가버리셨고, 이사를 도우러 온 나눔 아저씨의 작은 봉고로 이사를 했답니다. 줄줄이 짐 나르는 광경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촬영하러 갔던 태감독님도 허리 아프게 짐을 날랐다고 하네요. 지금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태삼아저씨가 가지런히 정리해 둔 화분과 역시 가지런히 걸린 액자들을 보면 이소선 어머니 댁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가끔, 불쑥 찾아가서 어머니가 자고 일어나고 TV보시고 식사하시는 일상을 찍어요. 다리가 아파서 외출을 잘 못하시지만, 추모제나 유가협 월례회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몸을 일으키시는데 그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기도 합니다. 



거의 촬영이 끝나고 있습니다. 9월에 있을 DMZ 영화제 상영에 맞춰 태감독님은 열심히 편집 작업에 있고요. 김화범 피디님은 모자라는 제작비를 마련하려고 분주하시고요. 편집 작업부터 같이 하게 된 동욱씨도 열라 편집에 참여하고 있고, 조연출님도 어머니의 옛날 영상을 구하고 계시고, 저는 막바지 촬영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어머니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늘 하셨던 말씀을 또 하시느라 힘들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즐거워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제도 촬영을 했는데 얼굴이 가장 밝으셨을 때는 증손자인 다니엘의 이야기를 하실 때였습니다. 다니엘이 말귀도 잘 알아듣고 아주 똑똑하대요. 할머니에게 와서 뽀뽀도 잘한다고 하네요. 다니엘도 <어머니>의 최종 편집본에서 안 잘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영화에서 예쁜 다니엘의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먼 <어머니>입니다. 후원해주신 분들, 관심 가지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꾸벅. 영화가 완성 될 때까지 꾸준한 응원과 입금 독려(!)도 부탁드립니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어머니와 태삼아저씨가 자랑하시는 화분의 사진이에요. 밤이 되면 잎이 오므라들고, 낮이 되어서 햇빛이 비치면 펼쳐지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참 신기하죠? 태삼 아저씨는 화분 가꾸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어머니가 왜 자꾸 사오냐고 하면, 어머니 심심하실 때 식물들이랑 이야기 나누라고 사오는 거라고 대답하십니다. 과연 농담일까요? ㅎㅎㅎ 


화분이 보고 싶고, 어머니의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어머니 댁에 놀러가셔도 좋을 것 같네요. 낮에는 대게 집에 계시니까, 찾아오는 이 모두 반갑게 맞아주실 거예요.


그럼 다음에 또 소식 올릴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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