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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오렌지 주스 두개...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간지를 때, 그리고 몽글 몽글 입 속에서 나오는 입김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세상의 모든 사물이 빠르게 땅 속으로 피난가기 시작할 때, 뇌는 빠르게 움직이고 가슴은 날씨에 비해 뜨거워지죠. 근대 요즘같이 뜨거운 여름은 사람의 감성에 끈적한 비닐을 씌어 놓는거 같습니다.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도 온 몸에 스물거리며 흐르는 땀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니까요. 그래서 여름에는 웬만하면 편집을 잘 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밀려 있는 작업도 뒤로 미루기 일쑤였습니다. 부산영화제 작업때문에 연 이년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제 뇌속에 남아있던 연유도 있구요. 저는 인터뷰라는 표현수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말(!)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도 있고 다큐멘터리 작가가 인터뷰라는 표현수단.. 더보기
부산 촬영 현장 전태일 열사 40주년을 맞아 이소선 어머니에 관한 연극을 준비하시는 두 분입니다. 백대현씨와 홍승희씨. 연극하는 부부입니다. 그들의 일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은 라울의 (두꺼운!) 손. 더보기
컷팅 포인트에 대한 생각... 다큐멘터리 촬영에 있어서 컷팅 포인트는 매 순간마다 생깁니다. 그래서 선택은 쉽지가 않고 테이크는 늘어가며 이런 비효율은 효율을 가장한 게으른 촬영으로 이어지기 쉽상이지요. 이번 부산 촬영에서도 꽤 많은 분량을 촬영했지만 결국 건질 수 있는 화면은 별로 없는 오랜만의 절망감을 맛봤습니다. 분명 날씨 탓도 있고 이래저래 생긴 개인적인 일때문에 심적으로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자위하고는 있는데요. 의욕적으로 촬영에 임했던거에 비하면 너무나도 처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선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생겼던 문제 같아요. 왕모림씨라는 외국인이 이소선과 전태일을 그리는 낯선 상황에 대한 기조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쫓아가는데 급급했고 그 결과는 산만하디 못해 묶을 수 없는 세포들의 나열로 이어졌지요. 하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