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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나만의 진실, 그 두께...

일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뭬 중요하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 일상도 멍때리며 보내기 일수인데 말이죠. 하지만 하나의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했을때 그의 손짓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를 제것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겁니다. 거기서 부터 그에 대한 작품의 방향이 설테니까 말이죠. 어머니를 이 작품 제작을 위해 만난지는 거의 일년이 되갑니다. 처음에는 행차 위주로 가끔씩 만나뵙었고 차츰 집안으로 침투해서 이제는 태삼이 형님이나 어머니나 준식이 준식이 합니다.(가끔 기도도 해주십니다.. 흐흐) 하지만 이소선이라는 인물을 만날때마다, 또는 이 작품을 제작을 위해 만나는 분들 마다 이소선이라는 인물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전태일 이죠. 애초의 컨셉이 '이 작품에서 전태일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였는데 끊임없이 쫓아오는 그에 대한 언급은 어찌할바를 모르게 자꾸 이 작품의 방향을 과거로 향하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삶 속에서 그 이름을 발견하기도 전에 외부에서 오는 자극때문에 어머니를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상태였지요. 머리 속이 답답해졌을까요.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20년전 읽었을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읽고 있는데, 가끔씩 언급되는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지금의 그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80년이 넘은 생활에서 그 반의 인생을 어림잡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요. 하지만 읽어내려 갈때마다 이 책속의 어머니가 지금의 어머니인지 헷갈릴때가 있습니다. 실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과거의 일단을 보여주는 몇줄 사이에 있는 나만의 진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것이죠. 무엇이 문제일까요? 강박처럼 놓여져 있는 매 순간 결정에 대한 다큐멘터리스트로서의 숙명때문인지 아니면 과도한 형식미에 대한 고집때문에 필시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인지... 

어찌되었든 추석전까지는 이러저러한 텍스트들을 통해 나만의 진실, 그 두께를 키울 생각입니다. 근 일년동안, 아니 근 십년동안의 근심들이 헛짓은 아니었겟지요.





<가끔씩 안마를 해주러 오는 형님이
돌아가시는 길 산책중이던 어머니에게 목각 피리로 '나의 살던 고향'을 불러주셨습니다.
멈추지 않던 수다가 잦아들고 어머니가 끝내는 그 음악에 빠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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